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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The Martian - Andy Weir. 마션: 구체적인 상상력의 힘 본문
[책] The Martian - Andy Weir. 마션: 구체적인 상상력의 힘
제목: The Martian
지은이: Andy Weir
<내용누설 주의>
누군가의 짹짹이였던 것 같은데, 어떤 아마추어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 입소문이 나서 전자책으로 나오게 되고, 그 책이 인쇄본으로 나오게 되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고 있더라는 글을 보게되었다. 그 사람의 성공스토리가 특이하다는 식의 글이었는데, 그 글을 본 나는 성공스토리보다 그 글 자체에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찾아보니 그 책 제목이 The Martian 이었다.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지도 몰랐고, 영화 주인공이 누가 되는지도 몰랐다. Martian 뜻이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다. 화성에 대한 책인지, 우주에 대한 책인지도 몰랐다. 그냥 빌려서 봤다.
그런데 표지를 보니 우주인이 우주복을 입고 있다. 그래서 아, 뭔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인가보다. 그러면서 읽기 시작했고, 여전히 화성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몰랐다. 그러니 '정말 재미있을까?'라는 의문과 '그래도 읽을만하겠지'하는 생각이 반반이었다. 읽다보니 뭔가 공상과학소설인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만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가 아마 2015년 8월 29일쯤인 것 같다. 그 때만 해도 사람들이 The Martian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을 때였다.
그리고 펼쳐본 첫 장에 나온 대사.
"I'm pretty much f***ed."
하하.......
화제의 책 #TheMartian #AndyWeir 일단 도입부는 흥미진진하다. 첫 문장이 "I'm pretty much f***ed." 강렬하네. pic.twitter.com/Q9u0vkiovd
— 황용섭 (@gguro) 2015년 8월 29일
LOG ENTRY: SOL 6
I'm pretty much fuck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Fucked.
Six days into what should be the greatest month of my life, and it's turned into a nightmare.
이걸 보고나서, 오홀 이 소설 심상치 않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어 번역이 궁금했다. 특히 저 첫 문장. 'ㅈ됐다'로 쓰면 딱 좋겠지만 과연 소설에서 그렇게까지 쓸 수 있을까? '망했다' 정도로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림출처: 네이버 카스테라님 블로그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역시 한국어 번역하신 분도 원문을 충실히 살려서 번역하셨다. 하하.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을 중간중간 짹짹이에 기록해가며 즐겁게 읽었다. martian 이라는 낱말의 뜻도 찾아보고 중간중간 나오는 어려운 말들을 찾아가며 20쪽 정도 읽고나니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꼭 찾아봐야 했던 낱말 중 몇 개를 들자면 maneuver, mutiny, strand 정도가 있다.
"My asshole is doing as much to keep me alive as my brain." #TheMartian #AndyWeir 14쪽. 작가의 유머감각. pic.twitter.com/v5Yd2XWoaJ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11일
"I'm getting sick of daily press conferences," Ventak whispered to Annie. "I'm getting sick of hourly..." #TheMartian pic.twitter.com/6VtoR8Y52X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17일
"...four kilometers due south of the Hab." #TheMartian 75쪽. 근데 화성에서 남쪽은 어디지? pic.twitter.com/5aROnB5Ab1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17일
짹짹이에 기록을 남길 때 책 쪽수를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연히 SOL 번호를 썼어야 했다. 예를 들어 이 위 트윗은 LOG ENTRY: SOL 69.
"Mars keeps trying to kill me." #TheMartian 229쪽. 화성이 날 끊임없이 죽이려고 해. ㅋㅋ 작가의 유머감각이란. pic.twitter.com/UCZvs94OFm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24일
SOL 197. 화성이 날 끊임없이 죽이려고 한대. ㅋㅋㅋ
"So I'll amend that: Mars and my stupidity keep trying to kill me." #TheMartian 자신의 잘못도 금방 인정하는 쿨한 화성인 마크 왓트니.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24일
하지만 금방 자신의 잘못도 인정하는 쿨한 화성인 마크 왓트니.
주인공 마크가 화성집 Hab에 대해 느끼는 마음. '아낌없이 주는 나무' "It's like the Giving Tree." #TheMartian 283쪽 pic.twitter.com/D8Zq1bZJiS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27일
The Hab is a shell of its former self. I've robbed it of all critical components and a big chunk of its canvas. I've looted that poor Hab for everything it could give me, and it return it's kept me alive for a year and a half. It's like the Giving Tree.
SOL 449. 마크가 화성집 Hab에 대해 느끼는 마음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물론 Hab은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가 아닌, NASA에서 수천억원을 들여서 만든 기술의 집약체라는 점이 다르지만.
http://t.co/Q4IM6Oj9l8 이라니. 자학적 유머 ㅋㅋ.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성격인데 솔직히 맷데이먼이 했다니 좀 어색. 훌륭한 배우이니 잘 했겠지만 영화는 안 볼까한다. #TheMartian pic.twitter.com/bMlo19sNS0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28일
SOL 482. 마크가 Ares 4의 MAV가 있는 Schiaparelli로 Rover-Trailer가 이어진 화성자동차를 타고 가는 길에 폭풍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때 심정을 표현하면서, 지구의 모든 사람은 이 모래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텐데 나만 모른다라며 이런 웹사이트도 있겠지.... 하는...
www.watch-mark-watney-die.com 이라니.... ㅋㅋㅋㅋㅋ
"But I'm not one of them." 이라는 마지막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아 그런데 저 사이트 진짜 있다.
"I'm space paparazzi now. The attitude comes with the job." 위성사진을 관찰하는 Mindy Park의 대사. 모두가 유쾌해지고 있다. #TheMartian 315쪽 pic.twitter.com/j4prvZsFLa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29일
SOL 498 직후.
Mindy Park은 낮은 직급의 직원이었는데, 이제 마크를 관찰하는 Space Paparazzi라면서 상사인 Venkat 한데 강한 개그도 날린다. ㅋㅋㅋ 마크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Pop-tent 두 개가 Hab의 Airlock에 붙어있는 걸 사진으로 보면서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바로 그 인물.
"If I survive this, I'll tell people I was pissing rocket fuel." ㅋㅋ 오줌을 전기분해해서 수소연료로 사용 #TheMartian Sol 529 pic.twitter.com/8ApTkWVdAK
— 황용섭 (@gguro) 2015년 9월 29일
드디어 다 읽음. 33일 걸렸네. 상업소설을 처음으로 쓴 작가여서 그런지 기존 공상과학소설 전문작가의 글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듯. 이제 스포당할 염려가 없어 좋네. pic.twitter.com/SSfcrpgh9Y
— 황용섭 (@gguro) 2015년 10월 1일
총평.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부르고 싶다.
마크가 안테나에 찔려서 죽은줄 알았는데, 그 우주복의 구멍이 자신의 피로 메꿔지면서 살아남게 되는 과정. 우주에서 산소과다로 죽을뻔하는 어이없는 상황. 식물학자라는 전문성을 살려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게 되고.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물을 만들기까지. 무인도에 갇혀서 살아남는 이야기는 그래도 산소는 있고, 물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산소도 없고, 물도 없고. 하지만 그 대신 최첨단 과학기술장비가 있고, 주인공은 우주의 생활을 철저하게 훈련받은 사람이라는 점이 다르다. 무인도 생존기와 다른 이러한 점이 이 이야기를 더 즐겁게 만든다. Water reclaimer라든지 oxygenator, air regulator 등이 Hab에서의 생존을 도와주고 있지만, 반대로 지구에서라면 죽이는 게 더 힘들 것 같은 박테리아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도 재밌다.
중간중간 나오는 마크의 유쾌한 면이 이 소설을 더 즐겁게 해주고, 작가도 이런 유쾌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화성아 내가 간다! 하는 그런 느낌. Commander Lewis의 Disco 취향을 까는 장면도 재밌고. 나쁜사람 한 명도 안 나오는 이야기인데 재미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열량을 계산하는 것이나, 수소 산소 결합으로 물을 만드는 거나, 기계 장치를 고치는 것이나, 기타 수 많은 것들이 사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많은 것을 제한된 시간 안에, 제한된 장치로, 게다가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지식만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건 놀랍지 않은가. 이런 장면에서 과연 나라면 이런 계산들을 제대로 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작가는 쓰면서 계산 틀린 것도 있고, 그래서 책으로 나오게 될 때는 블로그에 있던 소설을 읽고 계산을 고쳐준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고친 것들이 꽤 있다고 한다 (Salon.com의 글 참고).
Robert J. Sawyer 라든지 Michael Crichton 같은 공상과학작가들도 좋지만, 이렇게 작가로서의 전문적인 느낌이 덜 나서 신선한, 그렇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전혀 아마추어스럽지 않고 그 어떤 전문 작가보다도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다. 특히 과학적인 내용의 오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멋지고, 그래서 이 이야기가 허구이지만 더 실감나게 된 것이 기분 좋다.
멋진 책을 만나서 행복했고, 다음 책이 이번 책 만큼 재밌지 않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Andy Weir의 책은 무조건 읽을 생각이다.
2015년 10월 2일
덧붙여: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다음 책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 Prey. Michael Crichton. 먹이,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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