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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본문
제목: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Veronika Decide Morrer
글쓴이: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
옮긴이: 이상해
한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책.
작가는 파울로 코엘료로, 매우 유명하지만,
난 이 책으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도.'
베로니카는 생각했다.
1997년 11월을 시간적 배경으로 잡고 시작하는 소설은,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내가 슬로베니아에 다녀온 건 아마도 2002년 봄과 2002년 여름.
취리히에서 만났던 한 슬로베니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슬로베니아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고 가게되어
두 번이나 가게 된 나라.
그 여행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지고 있다.
책의 시작부분에
그 슬로베니아가 나오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도 그랬다.
다녀오기 전까지.
두 번의 여행 이후,
나에게 매우 특별한 나라가 된 그곳이 바로 이 책의 배경이기에,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류블랴나는 신화나 다름없겠네.'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이다.
슬로베니아 어디에 가든, 반드시 거쳐가게 되는 곳.
류블랴나 기차역 앞에 앉아서
어디로 갈까 생각하며
지도를 펼쳐보던 기억이 난다.
"미쳤다는 게 도대체 뭐죠?"
베로니카가 다시 물었다.
베로니카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미쳐서.
그런 베로니카가 물어본다.
미쳤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무슨 뜻일까?
작가는 여기서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윗옷과 바지, 브래지어, 팬티를 차례로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채 에뒤아르 앞에 섰다.
......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여자가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침대 앞에 앉아서 잠든 남자를 바라보며 보내기로 작정했다면,
난 거기에 사랑이 있다고 말하겠어."
제드카가 베로니카에게 한 말이다.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베로니카는
잠들어있는 에뒤아르의 침대 앞에서
그를 바라보며 앉아있다.
"사랑받는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
널 사랑할 수 있게,
내게 그럴 힘이 있다면
하룻밤이라도 더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내버려두기만 한다면,
난 네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대신,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병실로 와줬으면 좋겠어.
마지막 순간에 네 얼굴을 보게 해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바로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
베로니카
이고르 박사의 논문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
이것이 논문 마지막 장의 제목이 될 것이다)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비트리올을 조금씩 제거해갔다.
아마도 다시는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이고르 박사의 논문이라고 하지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인 셈이다.
더 치열하게 살지 않고 있다면
죽음을 자각하지 못한 것인가.
그녀는 하루하루를 하나의 기적처럼 여길 것이다.
이고르 박사의 베로니카에 대한 생각.
사실은 작가의 생각이다.
자살을 시도했던 베로니카가
시한부인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더 삶을 갈망한다는
결론.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조금은 무리한
섣부른 결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했지만
죽음을 자각한 뒤
역설적으로 더 치열하게 살고자 한다는 결론인 셈이다.
삶과 죽음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였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진 않았겠지.
꽤 재밌는 진행을 보여주고,
슬로베니아가 배경이라 더 매력적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 게 사실.
어떻든 나도 베로니카의 삶을 응원한다.
죽음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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