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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본문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小川洋子)
이런 아름다운 책이 있었나 싶다.
일본에 이렇게 훌륭한 소설가가 있었나 싶다.
좋은 책을 만난 기쁨에 하루만에 읽었다.
--- 여기부터 내용 나옵니다. 미리니름(스포일) 주의 ---
수학박사가 나오고,
한 여인이 나오고,
한 아이가 나온다.
여인은 자기도 모르게 수학을 사랑하게 된다. 수학을 사랑한 것인지 아니면 수학을 사랑하는 박사를 사랑하는 것인지. 여인과 박사는 자신의 약수의 합을 상대의 수로 가지는 우애수 220과 284로 이어져있다. 여인의 아이는 박사와 소인수의 합이 같도록 이어져있는 두 수인 714와 715로 이어져있다. 이 두 수의 곱은 제일 작은 소수(素數) 일곱 개의 곱과도 같다.
박사는 80분이 넘게 지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80분짜리 녹화 테이프가 있고 그 위에 계속 덮어쓰기를 하는 셈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박사와 관계 맺기를 힘들어 하지만, 이 여인과 아이는 박사를 배려하며 박사와 함께 수의 세계로 빠져든다.
기억하고 싶은 글이 많아 아래 담아두었다.
박사가 지금도 살아있다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이란 표현을 다소 불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화자인 여인이 박사를 소개하면서 하는 말이다.
글의 감성에도 놀라지만 글쓴이가 수학자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아 더 놀랍다.
그에게 숫자는 상대방과 악수하기 위해 내미는 오른손이며
동시에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코트였다.
정수론을 전공한 박사는 습관적으로 숫자에서 수학적 의미를 찾는다.
한 번 가르쳐놓고도 다 잊어버리는 덕분에
모르는 것은 몇 번이고 다시 질문할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겐 유리한 점이었다.
박사의 기억과 관련된 병 때문에 여인은 같은 것을 여러 번 물어보며 배울 수 있다.
"...신의 수첩에만 기록돼 있는 진리를 한 줄씩 베껴 쓰는 것이나 다름없지...."
정말 기억하고 싶은 말.
어딘가 원래부터 존재했던 진리를 찾아서 베껴 쓰는 것이라는 인식.
이것이 수학자들의 마음일까.
에나쓰는 완전수를 짊어진 선수였다.
에나쓰의 등번호는 28이다.
28은 여인이 스스로 완전수임을 찾아낸 수이기도 하다.
5X9+10=55
루트는 매직을 고쳐 쥐고 식을 썼다.
박사는 잠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박사가 1부터 10까지 더하라는 숙제를 아이에게 던져주었다.
그에 대한 답으로 아이가 쓴 식이다.
"아아, 정말 조용하군."
박사는 무엇인가 풀렸을 때,
마치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뜻으로
조용하다는 말을 쓴다.
나와 박사가 220과 284로 맺어져 있는 것처럼
그들 또한 특별한 비밀을 공유하는 숫자로 맺어져 있었다.
야구장에서 714와 715로 자신의 아이인 루트와 박사가 맺어지는 것을 보면서
여인이 하는 생각이다.
맺으며
기억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박사는 수학을 생각하는 습관만 남아있다. 여인과 아이는 그 박사의 수학에 대한 열정에 동화되어간다.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이런 사람 하나쯤 있을 법도 하다. 나와 물리학의 관계는 어떤지 생각해보게 된다.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한 책. 숫자와 수식에 온기를 불어넣는 책. 좋다.
2012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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