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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틀리는 맞춤법: 몇 일, 바래, 솟수

(gguro) 2015. 12. 18. 08:29



일부러 틀리는 맞춤법: 몇 일, 바래, 솟수


내가 알지만 일부러 틀리게 쓰는 맞춤법 세 가지가 있다.


1. 몇 일, 며칠?


'몇 일'이라는 표기는 없다는 게 국립국어원의 주장이다.


왜?

몇 월도 있고, 몇 년도 있고, 몇 시도 있는데 왜 몇 일만 없는가?



국립국어연구원 정호성의 글


결국 며칠로 쓰는 이유는 소리가 [며칠]로 나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일단 소리를 기준으로 맞춤법을 구성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몇 일'이라고 쓴 경우에는 [며딜]이라고 읽는 것이 맞다고 하고 교육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아니면 발음이 예외적이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주장도 있다. 한자어 '일'과는 상관 없다는 주장이다. 아니 그럼 1일 2일 3일 .... 몇 일? 이 아니라 왜 갑자기 며칠? 이 되어야 한다는 건지. 


년, 월, 일, 시, 분, 초.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몇 초.

아무리 봐도 이상하고 통일성도 없다.


국립국어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나는 '몇 일'이라고 쓴다.



2. 바래, 바라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하길 바래'는 틀렸고 '~하길 바라'가 맞다고 한다. 동사 '바라다'를 활용하는 것인데 어미 '-아'가 붙어서 바라+아 = 바라 가 되어야한다는 설명이다.




아 이거 뭔가요 ㅠㅠ


활용 규칙에 맞게 쓰자는 의도는 좋은데, 다만 문제는 왜 많은 사람들이 '바라'를 어색하게 느끼고 '바래'를 더 자연스럽게 느끼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용언의 활용에는 다양한 예외가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예외 중 하나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에 대해 머니투데이에 김주동 기자가 쓴 글이 있는데, 나는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바라'가 맞다지만… 난 '바래'라고 해" - 머니투데이 기사




'바라' 보다 '바래'가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보여주는 노래 가사들

(출처: 머니투데이)


위 노랫말들처럼 '바래'가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심지어 '찾길 바래'라는 제목의 노래도 있었는데.



3. 솟수, 소수


뭐 이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1과 자기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수를 뜻하는 솟수. 한자어+한자어에서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기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소'와 '수' 사이에 사이시옷을 쓰면 안 된다는 말. 그래서 읽을 때는 [소쑤]라고 읽더라도 쓸 때는 소수라고 써야 한단다. 아니, '소수'라고 쓰고 어떻게 어떤 때는 [소수]라고 읽고 다른 때는 [소쑤]라고 읽는단 말인가.


그 맞춤법 규정에 따라 현재 '소수'라는 말은, 


(1) 다수의 반댓말

(2) 0과 1 사이의 수

(3) 1과 자기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수


라는 세 가지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엄밀함을 추구해야하는 수학에서 맞춤법 개정에 따라 이런 혼란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것도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내용에서 말이다.


이 맞춤법 개정에 분노한 사람은 물론 한둘이 아니다.


적응 안 되는 맞춤법 몇가지 - 초록불의 잡학다식


북한에서는 '씨수'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용어 자체를 이렇게 바꾸는 것도 좋겠지만 그게 당장 되지 않는다면 난 '솟수'라고 쓸 생각이다.



정리하며

맞춤법이라는 것이 주는 유익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며, 바른 글쓰기를 위해 애쓰는 분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다만 사람들의 언어생활을 불편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고쳐지지 않는다면 일부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2015년 12월 18일

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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