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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요즘 사건들. 그리고 나의 기억

꾸로 (gguro) 2011. 4. 12. 23:13

요즘 있는 사건들을 보며, 나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일반고 출신들이 카이스트에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출신 학교에 따라서 학제를 다르게 구성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난 일반고 출신 중에서도 카이스트 입시에 거의 턱걸이로 붙은 경우였는데. 내 주변에는 (신)희성이를 비롯하여 신종호, 김성기(형), 조희승 등등 일반고를 나오고도 가볍게 4.0 넘게 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일반고 출신이라 공부를 힘들어한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공부를 그렇게 독하게 한 것도 아니어서 성적이 안 나오는 건 내가 덜 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고. 장학금을 잘 못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장학금을 꼭 받겠다고 악착같이 한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3학년 쯤 돼서 열심히 해보려고 하니, 잘 안 된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도 꾸준히 열심히 해서 공부를 제 궤도에 올려 놓은 것은 결국 석사 1년차 2학기가 되어서였다. 그러니 학부 과목들을 다시 들춰보면 이런 것도 있었나 싶을 때가 많고,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빈틈이 많다. 

뭐, 그래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역시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아닌가 싶다. IVF를 통해서 학점과 장학금에 상관없이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관계를 통해 지난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치료받고, 신앙도 성숙해가고, 의미 있는 꿈도 꾸게 되었으니. 새삼 IVF를 했던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니었고, 나의 삶을 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다.

목숨을 끊은 네 명의 후배들에게 좋은 학교를 남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카이스트라는 작은 세상에서 살다보면, 넓은 세상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나 힘들다면, 빡빡한 학교의 삶에서 잠시 한 발 물러서서 좀 더 여유롭게 자기 자신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뒤떨어진 아이들을 격려해서 끌고가는 게 정말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내가 조교를 하면서 보고서 점수가 형편없는 학생들을 여럿 봤는데, 그런 학생들에게 특별히 잘 해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약간의 지도를 더 해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보통은 어느새 가르치다보면, 보고서를 잘 쓰고 실험을 잘 하는 학생들을 더 눈여겨 보게 되곤 했다. 그런 학생들은 의미있는 질문도 더 자주하고, 태도도 더 적극적이다. 뭐 그렇다는 것은 잘 하는 학생들만 끌고 가는 것은 어찌보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결국은 따라오게 만드는 것은 정말 훌륭한 교육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인지도.

글이 자꾸 산으로 가네. 

모두 힘내자.

그리고 일단 살자.

끝까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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