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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로네
[논문] A single-molecule optical transistor 본문
야심차게 "연구자료/논문 살펴보기"라는 분류를 만들어 놓고 한 동안 쓰지 않았다가 오랜만에 쓴다. 이번에 고른 논문은 사실 뽑아 놓고 대충 읽은 뒤 어딘가에 던져 두었다가 다시 꺼내서 좀 더 자세히 읽은 논문이다. 한 해 전인 2009년 7월에 발표된 논문이다.
글쓴이: J. Hwang, M. Pototschnig, R. Lettow, G. Zumofen, A. Renn, S. Götzinger, and V. Sandoghdar
제목: A single-molecule optical transistor
학술지: Nature
발행년월: 2009년 7월
솔직히 말하면 그냥 Nature라서 읽었다. 그래도 나의 관심을 끌은 부분은 첫번째 글쓴이의 성이 황씨라는 것. 아마 한국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있는 곳이 스위스의 취리히공대라는 점. 뭐 제목도 조금은 관심을 끌었다.
1.
제목은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다. 단분자 광 트랜지스터. 이 짧은 제목이 뜻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면 이 분야의 역사를 조금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
일단은 단분자다. 매우 작다는 뜻이다. 더 이상 작아지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우린 언제나 더 작은 소자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그게 이제 단분자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광(光)이다. 여기서 광이란 전자공학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빛으로 다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전자공학은 놀라운 수준으로 발달했고,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전자공학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자공학이 한계를 드러낸 부분도 있다. 속도의 한계, 용량의 한계. 그걸 빛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랜지스터다. 전자공학 혁명의 시작인 트랜지스터. 쉽게 말해 궁극의 소자다. 그걸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제목이 뜻하는 말은 "매우 작아서 더 이상 작아지기도 힘든 크기에다가 전자공학의 도움을 받지 않은 빛으로 조절하는 궁극의 소자"이다. 그러니 이런 것은 누가 이전에 한 사람이 없고 그 결과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 당연히 최고의 학술지에 실려야 하는 연구인 셈이다.
2.
그래서 Nature에서는 이 논문을 소개하는 또 하나의 소개글까지 친절하게 실어주었다.
글쓴이: Michel Orrit
제목: Nanooptics: Photons pushed together
발행년월: 2009년 7월
이 소개글을 보고나서 논문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소개글부터 보도록 하자.
"빛알(Photon)은 서로 상호작용을 잘 안 해서 완전한 광 트랜지스터(all-optical transistor)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골머리를 썪고 있다." 라는 문장으로 소개글을 시작한다. 이게 참 골치아프고 두통생기는 문제라는 건데, 바로 그 다음 문장에 보면 "단분자"가 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나온다.
3.
여기서 그림 하나 보고 넘어가자.
그림 1. 완전한 광 트랜지스터 설계도
위 그림은 광 트랜지스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림 (a)처럼 들어온 빛은 다 흡수 되었다가 다시 방출된다. 에너지 준위 그림에서 보자면 바닥상태(g)와 들뜬상태(e)를 왔다갔다 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림 (b)처럼 조금 다른 에너지를 가지는 빛을 게이트빛알(gate photon)로 넣어주어 분자를 오래 머무는 들뜬상태(long-lived excited state, 에너지 준위 s)로 만들어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s 상태의 분자에 처음 넣어주었던 것과 같은 빛을 넣어주면 더 이상 흡수되지 않고 그림 (c)처럼 완벽하게 투과해버린다.
트랜지스터의 기능은 주된 전류의 흐름을 옆에 붙여 놓은 부수적인 전류인 게이트 전류를 이용해서 조절하는 것이다. 게이트 전류를 가해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전류가 흘렀다 흐르지 않았다 하는 것이다. 위의 광 트랜지스터도 게이트빛알을 쏴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빛이 투과되었다 투과되지 않았다 하는 것이다.
4.
그럼 대체 왜 빛으로 하려는 것인가?
소개글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Optical transistors are a long-sought goal because they could form the basis of optical computers that use photons instead of electrons as signal carriers. Not only are photonic signals faster than their electronic counterparts, but they are also easier to transmit directly over large distances. And because photons carry no electrical charge, photonic signals do not perturb each other (unlike electronic signals). Furthermore, photons offer advantages for furture quantum-computing applications, because the coherence of their quantum states can be maintained at practically useful temperatures.
네 가지의 장점을 들고 나왔다.
1. 더 빠르다.
2. 멀리 보내기 쉽다.
3. 서로 섞이지 않는다.
4. 양자셈틀에 응용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그래도 단점 말해봐야 뭐하겠냐. 장점을 열심히 주장하고 다녀야지. 다른 것보다 1번의 더 빠르다는 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것도 있지만 전자공학적인 방법이 원리적으로 속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적어도 1번만큼은 강하게 주장해볼만 하다.
5.
그럼 다시 논문으로 돌아가보자.
그림부터 보자.
그림 1. 실험 도표
실험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역시 소개글에 있는 것보다는 조금 복잡해보인다. 그래도 소개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들여다보자.
# 그림 (a)
파랑, 초록, 빨강 화살표를 썼다. 파란색은 게이트살(gate beam)에 해당하는 펌프 레이저이다. 초록색은 연속파동(CW) 샘살(source beam)과 영-소리알 선(zero-phonon line, ZPL)과의 결맞는 서로작용을 나타낸다. 빨간색은 스토크스 이동된 반딧빛(Stokes-shited flouresence)을 뜻한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펌프 레이저를 쏴주면 밀도 뒤집힘이 일어나 높은 에너지 준위인 |2>와 |3>에 낮은 에너지 준위인 |4>보다 많은 분자가 존재하게 된다. 그러다 시간에 따라서 점점 낮은 준위인 |4>로 떨어지는데 그걸 표시한 것이 빨간색이다. 그럼 소개글에서 봤던 바닥상태와 들뜬상태, 오래 머무는 들뜬상태는 각각 어디인가? 내용상 |4>가 바닥상태, |3>이 들뜬상태, |2>가 오래 머무는 들뜬상태로 보인다. 여기서 소개글과 다른 부분은 펌프 레이저인 게이트 빛알이 분자를 오래 머무는 들뜬상태인 |2>로 들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준위인 |3>으로 들뜨게 한다는 점이다. |3>에 있던 분자는 자연스럽게 민내비침 전이(nonradiative transition)를 통해 |2>로 내려온다. 그렇게 |2>에 머무르는 동안 연속파동인 샘살을 쏴주게 되면 그 샘살이 흡수되지 않고 투과된다는 얼개이다.
# 그림 (b)
시간에 따라 그린 것이다. 셈틀 시늉내기를 통해 얻어낸 그림이다. 시간에 따라 빨간선으로 표시된 |2>의 밀도가 낮아짐을 볼수 있다.
# 그림 (c)
실험 도표. 게이트 레이저로 높은 일률의 파란색으로 표시된 펄스 레이저를 쓰고 있다. 샘레이저로는 초록색으로 나타낸 연속파동 레이저를 쓰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연속파동 레이저가 시료(S)를 지나 광측정기(PD1)에 잘 다다를 것이냐하는 점이다. 쉽게 말해 펄스 레이저를 쏘면 투과하고 쏘지 않으면 투과하지 않으면 참 좋겠다는 뜻이다.
6.
또 다른 그림을 보자.
그림 2 (a) - (e). 단분자에 의한 레이저살 흡수와 증폭
이거 참 그림이 길어서 좀 불편하다. 한 마디로 하자면 이거다. a에서부터 e까지 그림을 내려보면 가운데가 푹 아래로 들어가 있다가 위로 쑥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체 이 다름을 만들어 낸 것이 무엇이냐. 바로 펄스 레이저이다. 게이트살인 펄스 레이저의 전력을 0 에서부터 27μW 까지 올려가면서 분석을 한 것이다. 전력을 높이니까 잘 투과되었다는 뜻이다. 점선으로 동그라미 그린 삽입그림에는 에너지준위와 밀도 뒤집힘의 모양을 대강 보여주고 있다.
초록색 선은 이론적으로 계산한 것인데 그것과 검정색 점으로 표시한 측정값이 정말 잘 맞는다는 자랑스러운 결과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것만 보여주기 좀 뭐하니까 펌프전력과 가시도(visibility)와의 관계를 그래프로 보였다.
그림 2 (f). 펌프전력과 가시도 관계
뭐 그러니까 펌프전력을 높임에 따라 가시도도 부드럽게 커지더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해서 펌프전력이 바로 게이트에 거는 전압과 대응이 되겠고, 이걸 조절함으로써 광 트랜지스터의 투과율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논문에 굳이 딴지를 걸자면 그림 2의 (a) - (e)까지의 그래프에서 오른쪽에 보여준 숫자 척도가 일정하지 않아 눈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특히 (c)는 마치 평평한 것처럼 보이지만 (d)와 비교해보면 그 값의 범위에 차이가 커서 좀 신뢰가 덜 간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실험결과인 검정색 점들과 이론계산인 초록색 선을 잘 맞추어 내었으니 할 말은 없다.
7.
전체적으로는 화학과 사람이 쓴 논문이라 조금 낯선 부분도 있었다. 게다가 분자를 쓴다는 건 왠지 나에겐 어색한 일이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아마 분자에는 좀 어색해하지 않을까.
참으로 훌륭한 연구이고, 좋은 논문이다. 내가 이런 쪽의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꽤 도전적이고 흥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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