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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Micro - Michael Crichton 마이클 크라이튼의 마이크로: 작은 세상 바라보기

(gguro) 2016. 1. 19. 13:33




[책] Micro - Michael Crichton 마이클 크라이튼의 마이크로: 작은 세상 바라보기

리뷰를 쓰는 지금 책을 절반 정도 읽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좀 아쉽다는 느낌이 강하다. 기대에 약간 못 미친다.

일단 도입부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하와이에 어떤 회사의 연구소가 있는데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그 연구소 안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말이 사설탐정이지 불륜 현장 잡아내는 흥신소 직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 사람은 연구소 안에 갔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그 사람 말고 두 명이 더 함께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이고 매우 흥미진진하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생물학과 대학원생들이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위에 말했던 그 회사 연구소에 바로 이 대학원생들이 견학을 가게 된다. 이 연구소에서 학생들에게 취업을 제안한 것이다. 매우 좋은 조건으로. 취업을 결정하기 전에 직접 와서 보라고 견학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 학생들은 모두 1.3cm 정도의 크기로 작아지게 된다. 그러고는 숲에 버려진다.


사람이 곤충만큼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 그 때 보는 세상은 어떤 느낌일까? 언젠가 다들 한 번쯤은 해 봤을 그런 상상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런데...

강한 자기장을 주어서 사람이 작아진다니. 당연히 그렇게 작아지고 살아 있을 수는 없다. 작아지는 과정도, 사람 몸의 다양한 구성 성분이 자기장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몸 전체가 균일하게 작아지지 않을 것이고, 그러니 축소하는 동안 당연히 죽게 된다. 

백 번 양보해서 그렇게 작아졌다고 하자. 사람이 13 밀리미터 크기로 작아진 것이다. 그렇게 작아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수 많은 현상들이 있을텐데, 작가가 그 중에서 편한 것들만 선택한 인상을 받는다. 눈이 작아졌으니 당연히 가시광 영역도 파장이 짧은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귀도 작아졌으니 가청 주파수도 높아져야 한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차라리 '신기한 스쿨버스'처럼 사람이 마법처럼 그냥 작아졌다고 하면 괜찮다. 그런데 크기가 작아졌기 때문에 더 높이 뛸 수 있게 되고 (작아진 키를 기준으로 비율로 따질 때), 전에는 맡지 못했던 페로몬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고, 굉장히 무거운 것을 번쩍 들 수 있는 등의 이야기를 할 때 과학적 근거를 대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작아졌기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 대신 더 얻게 되는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작아졌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고 설득하려면, 작아졌기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잘 다루어야만 했다.

이 책의 주된 재미는 작아진 인간으로서 자연에 대해 느끼는 새로운 관점에 대한 묘사에 있다. 그런데 그런 묘사를 위해서 작가가 설정한 장치들이 일관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설이니 당연히 사실과 달라도 되지만, 설정한 세계 안에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내용에 납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작은 세계에 대한 묘사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과학적인 근거가 떨어지는 곳에서 자꾸자꾸 멈칫하게 된다. '이건 그렇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책에서 자꾸 손을 떼게 된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다른 작품인 '먹이'와 비교해서 좀 아쉽다. 나의 SF에 대한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적어도 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만든 법칙을 작품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건 독자로서 타당한 요구가 아닐까.

그래도 끝까지 읽어 볼 생각이다. 후반부에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잔뜩 들어있길 기대해본다.

2016년 1월 19일
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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