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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합법화: 생각의 전개

(gguro) 2015. 10. 9. 14:27


동성결혼 합법화: 생각의 전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글을 썼더랬었다. 그 이후에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글로 의견을 나누어 주신 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도 조금 더 전개되었다. 그 사이에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일단 지난 번 글을 쓸 때의 내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했었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않는 것이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남녀 한 쌍의 배타적 결혼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마땅히 던져야 할 질문은 "왜 남녀 한 쌍의 배타적인 관계에만 결혼을 인정해주고 보호하며 특혜를 주는가?"라고 생각하며 그에 대한 답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답은 남녀 한 쌍의 배타적인 관계에만 결혼을 인정해주는 현행 제도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이득을 위해 국가가 해당 법률을 정해 특혜를 주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좀 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다면 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 시작했을까.


일단 현황을 살펴보자.













(그림출처: 위키피디아)


위 지도가 동성결혼 합법화 현황을 나타낸 지도이다. 


동성결혼을 이성결혼과 동등하게 합법화하지는 않았지만, 시민결합이라는 형태로 인정해주는 나라들도 있다. 아시아지역에는 합법화 한 나라가 없으며,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거나 시민결합의 형태로 인정해준 나라는 대부분 서유럽권과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들이다. 




시기별로 친절하게 표시한 뉴스 기사도 있었다. 2015년 6월 26일 기준의 지도이다.





(그림출처: 연합뉴스)





무슨 생각이 드는가?


합법화하지 않은 나라들에 비해 좀 더 인권에 민감하고 남녀차별이 적으며 민주적인 나라들 아닌가? 장애인들이 좀 더 살기 좋고,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이 적은 그런 나라들 아닌가? 쉽게 말해 좀 더 살기 좋은, 살고 싶은 나라들 아닌가 말이다. 저 나라들이 실제로 더 살기 좋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테니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느낀 것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근거 없는 공포심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공포심은 대체로 공교육에서 아이들에게 동성애 성교육을 한다거나 동성애자들을 차별했다가 고소 당한 사람의 이야기라거나 하는 등이었다.


사실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다고 해서 끔찍한 세상은 오지 않으며 수 많은 전통적인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불편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다수이며 앞으로도 그것은 변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단지 동성애자와 동성결혼을 한 사람들에 대한 말과 행동을 지금보다 조금 더 세심하게 해야하는 것 뿐이다.


이런 공포심에 기반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이럴 거라면 그냥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에 의해 논리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사람들보다는 불편하고 보기 싫고 마음에 안 드니까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는 제대로 된 사회적 토론도 되기 힘들고, 그러느니 그냥 합법화 하는 쪽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은 길을 찾기를 포기하면 안 되니 좀 더 생각을 전개해보자.


법이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같이 살면서 어떤 형태의 결합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아주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사랑이라는 것을 배제하는 거다.


사실 성인 두 사람의 법적인 결합에 사랑이라는 요소는 의외로 그렇게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지만 그냥 결혼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처음부터 조건에 의해 만나서 결혼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그냥 선택이다.


사실 내가 불편한 건 이 부분이다. 동성애. 동성결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게 해주세요.' 라는 주장 말이다. 사랑한다고 다 결혼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결혼이 다 사랑에 기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사랑한다고 결혼시켜줄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결혼이라는 것을 좀 더 느슨하게 만들고, 사랑이라는 것을 다 빼고,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힘드니까 두 사람의 개인을 법적으로 묶어서 여러가지 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결혼이라고 한다면 그게 이성이든 동성이든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다.


그걸 결혼이라고 부르는 것이 불편하다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없애고 시민결합이라는 형태만 남겨두어도 되고 말이다.


쉽게 말해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성별을 가진 두 사람이 이성애적 결혼을 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 평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동안 서로 의지하면서 특정한 의무와 책임을 서로에게 지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


그렇다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면, 전통적인 결혼을 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많은 독신들도 믿을만한 사람을 찾아서 함께 삶을 이끌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죽을 때까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팍팍한 현대 사회에, 그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어떠한 형태의 성적인 결합에 대한 의무도 모두 배제한채 말이다. 재산, 의료, 양육 등의 혜택을 공유하면서.



2015년 10월 9일

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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