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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생각

(gguro) 2015. 6. 18. 22:02





동성애. 동성결혼. 뜨거운 감자다. 함부로 건드리면 큰일 나는 주제인 것도 안다. 그래도 감히 한 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럼 시작.


얼마전 아일랜드에서 동성결혼 합법화가 국민투표에 의해 승인되었다. (관련기사 이어가기). 국민투표로 합법화시킨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아일랜드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 (출처: Irish Times)




그에 관련해서 신문이나 유명 블로그뿐만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들도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신념이나 윤리, 종교적 가치관에 기반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여러 의견을 보던 중에 나도 내 생각을 좀 구체화하고 밝힐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단,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를 구분하고 시작하고자 한다. 동성애. 성별이 같은 사람끼리 사랑하는 것. 어떻게 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그들이 사랑하겠다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방법으로 사랑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같이 살든, 공개적으로 축제를 벌이든, 거룩한 의식을 올리든 뭐 다 상관없다.


또한, 누구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교육, 취업, 승진, 그외 다른 많은 문제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위와 같은 문제에서 남자와 여자가 차별을 받으면 안 되고, 청년과 노인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며, 외모나 인종에 의해 차별 받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성결혼 합법화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러 나라의 경우는 잘 모르겠으니 일단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합법화라는 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그 관계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남녀 한 쌍의 결혼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특혜를 누리게 된다는 말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란, 현재 인정하는 결혼제도에 남남 한 쌍이나 여여 한 쌍도 포함시킨다는 뜻이다.


결혼제도는 다양한 특혜를 주는데, 일단 세금을 감면받는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배우자 공제가 있다. 즉, 남녀 한 쌍이 연인관계로 결혼하지 않은 채 지낼 때 내는 세금이, 결혼해서 내는 세금보다 많다는 말이다. 그러니 결혼식에는 돈이 들지만, 세금 측면에서는 법적 부부관계가 되면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 사이의 금전거래는 다른 어떤 두 개인간의 금전거래보다 훨씬 자유롭다. 유산상속에 있어서도 최우선순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전적인 부분 이외에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보호자가 되어 응급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거나 하는 것도 있다.


이 결혼관계를 깨려고 하면, 가정법원에서 가서 심사를 받아야 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결혼관계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마땅히 던져야 하는 질문은 "왜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법으로 인정해주지 않아서 차별하는가?"가 아니라, "왜 남녀 한 쌍의 배타적인 관계에만 결혼을 인정해주고 보호하며 특혜를 주는가?"여야 한다.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인정받지 못해 차별받는 것이 아니다. 이성애자들의 결혼이 특혜를 받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남녀 한 쌍의 배타적인 관계에만 특혜를 주는 것을 남남 한 쌍이나 여여 한 쌍에게 확대하자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좀 생각해보자. "싱글세"라는 말이 1년전쯤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에 비해 누리는 혜택이 거의 없는데, 거기에 세금을 더 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렇다면 독신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게 아니라 혜택을 더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세 명이 서로 사랑한다면 어떨까? 그래서 세 명이 결혼해서 살겠다는데, 한 쌍의 결혼만 인정되어서 나머지 한 명은 법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 아닌가. 지금 시대에는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불과 150여년 전만해도 일부다처제는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이 있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결혼이라는 법적인 제도를 아예 페지하자는 말도 한다. 같이 살든, 결혼식을 올리든 마음대로 하는데, 법적인 지위는 부여하지 말자는 주장인 셈이다.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남녀 한 쌍의 배타적인 관계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득이기 때문에 시행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된 사회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제도를 시행한 것도 길게 잡아도 불과 150년도 채 안 되는 일이고, 1948년 이후라고 하면 더 짧아진다. 이러한 일부일처제 결혼제도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안정된 가정을 가지게 되었다. 문제가 없는 제도는 아니지만, 많은 이득을 주는 제도인 셈이다. 결혼의 목적이 반드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자녀를 출산할 것이 기대되며, 출산한 자녀는 본인들에게 양육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많은 수의 결혼 당사자들이 잘 인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족형태를 현대사회를 이루는 기본 틀로 가짐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지속·성장 가능한 국가가 된다. 개개인의 사랑에 대해서 국가가 간섭해서는 안 되겠지만, 국가 전체로 볼 때 이득이 되는 일을 국가가 법으로 정해서 시행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길어지고 심각해지니 잠깐 다른 곳으로 새 보자.


(출처: 보스턴 리갈 마지막 시즌 마지막회)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Boston Legal 보스턴 리갈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정말 기상천외한 사건들로 가득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법정 드라마이다. 앨런 쇼어와 데니 크레인이라는 두 명의 남자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둘은 전형적인 이성애자로 여성과의 관계를 매우 즐기며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둘은 매우 가까운 친구이며, 매 사건이 끝나는 날 저녁에 자기들이 근무하는 법률회사 건물의 발코니에 앉아서 양주를 한 잔 하며 엽궐련을 피우며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들의 일과이다. 


그런 그 둘이 마지막회에 결혼을 한다. 치매인 듯하지만 본인은 광우병이라 주장하고 있는 병에 걸린 데니 크레인의 죽음을 앨런 쇼어가 곁에서 배우자로서 지켜주기 위한 것이 결혼의 가장 큰 목적인 것처럼 나오며, 그 외에도 데니 크레인의 엄청난 재산을 앨런 쇼어가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있다. 이 둘은 이성애자다. 사랑하지 않는 남녀의 결혼도 많으니 이 둘이 서로에게 성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꼭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게다가 어떤 의미로는 둘은 서로를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결혼은 뭔가 석연찮은 면이 있으며, 이들도 그들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걸 알지만 다양한 이유를 들어 결혼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여 결혼을 결정한다.


이번엔 약간 각도를 바꾸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도 기존의 결혼이라는 제도에 집착하는가? 그냥 서로 사랑하고 살면 되지 않는가? 일부일처제로 만들어진 결혼제도에 왜 자신들의 관계를 굳이 집어 넣으려고 하는가 말이다. 다른 이름의 사랑으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형태로 자신들의 사랑을 표현하고 정의해가면 되는 것 아닌가. 남녀의 배타적인 결합에만 주어지는 특혜를 자신들도 누리겠다는 것은 아닌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걸린 다른 문제로는 입양문제가 있다. 본 글에서 핵심 논의 대상은 아니지만, 빠질 수 없는 문제이니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생활법령정보 누리집에서 찾아보면 입양에서 양부모가 되는 조건에 결혼 유무는 들어있지 않다. 독신자도 입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생활법령정보 http://oneclick.law.go.kr)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위의 조건은 일반양자를 입양할 때의 양부모의 자격요건이고, 친양자일 경우는 다르다. 친양자의 경우 양부모가 되려면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해야 한다.





(출처: 생활법령정보 http://oneclick.law.go.kr)





그렇다면 일반양자와 친양자는 뭐가 다른가. 입양한 양부모의 성과 본으로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입양하려는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은 친양자로 입양하고 싶을 것이며, 그건 독신자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와 관련해서 2013년 헌법소원이 있었고 여전히 친양자 입양은 부부만 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관련기사)



입양 문제는 동성애자뿐 아니라 독신자들을 위해서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결혼유무에 관계없이 친양자 입양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 외에도 사회적 시선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이는 틀림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동성애자라고 해서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어떤 형태의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들이 공식적인 관계뿐 아니라, 취미활동, 동아리 모임 등의 사회적 모임에서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며, 동성애자 부모를 둔 아이들도 학교생활에서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동성결혼 합법화가 차별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을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않는 것이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남녀 한 쌍의 배타적 결혼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마땅히 던져야 할 질문은 "왜 남녀 한 쌍의 배타적인 관계에만 결혼을 인정해주고 보호하며 특혜를 주는가?"라고 생각하며 그에 대한 답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답은 남녀 한 쌍의 배타적인 관계에만 결혼을 인정해주는 현행 제도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이득을 위해 국가가 해당 법률을 정해 특혜를 주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댓글을 환영한다. 다만 논점을 벗어났거나, 욕설이나 인신공격이 담겨있거나, 근거 없는 비방을 할 경우에는 예고 없이 삭제한다.





2015년 6월 18일

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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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여 (2015년 10월 14일)

최근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어 글을 하나 더 썼습니다. 

동성결혼 합법화: 생각의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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